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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

댄싱퀸

[써니]처럼 40대의 감성을 자극하고 옛 추억을 불러일으키는 영화다.

[써니]는 학창시절의 추억을 앨범 속에서 끄집어낸 영화라면 [댄싱 퀸]은 20대의 꿈과 젊은 시절 추억을 아련하게 기억하게 하면서 현재의 삶을 돌아보게끔 하는 영화다.

[써니]는 학창 시절의 추억을 그대로 간직하면서 결말까지 그 추억의 연장선으로 밝고 예쁘게 끝을 낸다. 사진을 통해 회상하는 기억을 마치 영상으로 재현한 듯한 영화라, 정말 옛 학창시절을 갔다 온 것 같은 현실감 있는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것이다.

반면 [댄싱 퀸]은 나이 먹어 여러 현실 속에만 묻혀 버린 지금도, 꿈을 꿀 수 있고 꿈을 향해 나아갈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달한다. 현실이 얼마나 젊은 날 꿈꾸던 것과는 상반되는지, 정치인들이 얼마나 현실과 동떨어진 탁상공론만을 일삼는지 보여주면서 현재의 우리의 삶을 반영하기도 한다. 그것이 또 동감을 이끌어 내어 황정민의 솔직하고 계산 없는 연설을 가슴 뭉클한 감동으로 느끼게 한다.

어찌 보면 별 내용이 아닌데도 이 장면에서 나도 그렇고 극장 안, 많은 사람이 울었던 것은 누구나 느끼는 현실의 틀 내지는 벽 때문이 아닐까 싶다. 그 벗어날 수 없는 틀과 부술 수 없는 벽 때문에 우리는 또, 얼마나 본의 아니게 가족이나 주변인들에게 많은 상처를 주고 마는가.

그렇듯 벗어날 수 없는 현실과 이루고 싶은 이상과의 괴리감에서 오는 슬픔. 또, 마음은 그게 아닌데 자신도 모르게 타인이나 가족에게 주는 상처 같은 것들을 황정민의 연설을 통해 느끼게 된다.

내용을 떠나 영화 자체의 완성도를 보면 개인적으로 [써니]가 더 낫다고 생각한다. 웃음을 유발하는 것도 이야기를 자연스럽게 끌어나가는 완성도 면에서도 말이다.

[댄싱 퀸]은 웃음을 유발하는 부분이 [써니]보다 약간은 작위적이었고 잘 나가다가 감정을 최고조로 끄집어내는 절정 부분에서도 작위적인 냄새를 풍긴다. 그럼에도 영화의 의도나 주제 면에서는 [댄싱 퀸]이 더 관객에게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컸다고 느꼈다.

물론 모든 영화가 다 주제가 뚜렷하거나 현 사회의 문제점을 반영해야 한다는 것은 아니다. [써니]도 개인적으로 당시 그 어느 영화보다 재미있게 봤고 손가락을 치켜세우길 주저하지 않았으니까 말이다.

하지만 전달하고자 하는 주제가 뚜렷한 영화가 완성도까지 높으면 그 울림이 깊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래서 조금 작위적인 부분이 있다고 느껴졌음에도 그걸 무시할 만큼 [댄싱 퀸]도 아주 즐겁게 봤다.

황정민이 춤추는 장면이랑, 마지막 자막 올라가면서 나오는 토크쇼 중에 모든 후보가 하나둘씩 같이 춤추는 장면 너무 재밌었다. 전체가 당연히 더 중요하지만, 별거 아닌 사소한 부분까지 신경 쓴 것을 볼 때마다 느끼는 건데, 오히려 그런 부분이 묘하게 더 마음을 끌어당길 때가 있다.

엄정화는 정말 여전히 예뻐서 감탄했다. 황정민은 역시 최고. 황정민이 아니면 맡을 다른 배우가 여간해서 생각나지 않을 정도다. 아, 그건 엄정화도 마찬가지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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