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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고백

청소년 범죄를 통해 기본적인 도덕심이 배제된 인간의 일그러진 내면을 보여주는 이야기라고 해야 할까.

도저히 일어날 수 없을 것 같은 일을 한 사건에 연루된 여러 인물의 심리묘사로 현실적이고도 수긍할 수 있는 상황으로 풀어놓았다.

일본 문학이 전반적으로 이런 것인지, 아니면 내가 읽은 일본 책이 하필 다 이런 것만 골라서인지는 몰라도 무서울 정도로 집요하다. 숨기고 싶고 외면하고 싶은 추한 본성을 숨이 턱 막힐 정도로 파고든다는 느낌이다.

[고백] 역시 그렇다. 청소년 범죄와 거기에 대처하는 법률적 제재가 미흡하다는 주제의식을 자연스럽게 풀어놓은 것에 감탄했고 한 사건을 두고도 인간 개개인이 느끼는 감정이 전혀 다르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에도 감탄했다.

거기에 재미와 긴장감도 놓치지 않으면서 마지막 반전까지 숨 가쁘게 전개된다. 그럼에도, 이제껏 읽었던 일본 책과 똑같이 이 책 [고백]도 내 취향은 아니다.

아, 그러고 보니 [그레이브 디거]는 일본 책임에도 재미있게 봤다. 유쾌하면서도 글 전체에서 따뜻한 인간애가 느껴지기 때문이다.

[고백]은 중간에도 몇 번씩 소름 끼치게 하더니 결말까지도 섬뜩하다.

교사가 아닌 죽은 딸의 어머니로서 철저하게 복수만을 원하는 모리구치 선생님의 ‘고백’은 그녀에 대한 동정과 연민을 불러일으킨다. 하지만, 갈수록 그런 동정은 희석되고 딸을 죽인 반 아이와 별다를 바가 없는 잔인하고도 추악한 복수심을 드러낸다.

또한, 그 어리고 순진한 딸 아이를 죽인 나오키나 슈아는 모리구치 선생의 ‘고백’에서 보여주었던 몹쓸 녀석들만은 아니다.

나오키는 나오키대로 슈아는 슈아대로 청소년들이 가지는 고민과 외로움에 마음이 멍든 아이들이었고 어른들의 방관 속에서 그 멍은 범죄를 일으키는 밑거름이 된다.

모리구치 선생님에게 처음 느낀 연민과 동정을 읽다 보면 이들 범죄를 저지른 아이들에게도 느끼게 되는 것이다.

선과 악의 모호함, 누가 더 악하고 선한지가 아니라 모든 인간의 내면엔 추악함이 똬리를 틀고 있다가 어떤 일을 계기로 터져 나온다고 말하는 듯한 책이라 불편하면서도 끔찍하다.

나오키와 슈아는 아무리 연민을 느끼게 포장을 했어도 어린 아이를 죽인 범죄자들이다. 그것은 딸을 잃고 복수심에 이들을 철저하게 단죄하는 모라구치 선생도 마찬가지다.

이 책이 더 싫은 건 인간 개개인의 단절을 극단적으로 보여준다는 점이다. 선생님이나 나오키나 슈아, 그 밖의 인물들 모두가 자신의 감정만이 절대적이다.

인간은 철저히 혼자일 수밖에 없고, 개개인은 자신이 아닌 타인을 이해할 수 없다고 글 전체를 통해 말하는 듯하다.

사람과 사람 사이의 정을 인정하고 가족 간의 유대감을 중히 여기는데도 현실은 정말 [고백]이 말하는 것처럼 메마르고 고독한 것인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두 번 다시 읽고 싶지 않은 책이 돼버렸다.

사람 간의 건널 수 없는 강이 있다는 거, 타인을 조금도 이해할 수 없다는 거, 혹은 전혀 엉뚱하게 상대에 대해 알고 있다는 거, 너무 서글프지 않나.

분명히 잘 쓴 글이고 사람들이 이 책을 추천하는 이유도 수긍할 수 있다.

그래도 역시 난 밝은 책이 좋다. 묵직하고 어두운 글이라도 희망이 보이는 글이 좋다. 이건 아무리 이리저리 생각해봐도 답이 없고 갑갑하기만 한 책이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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