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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

요즘 드라마를 보고

이야기를 골자로 한 창작물은 만들어진 이야기를 얼마나 현실감 있게 그려내느냐에 따라 몰입감과 깊이감이 달라진다.

신선하고도 좋은 아이디어라도 현실감 없는 표현은 글의 무게를 망가트린다.

요새 내가 본 드라마는 물론 내 주관적인 견해지만 그 현실감에 상당히 주력한 느낌이 든다.

[청담동 앨리스]는 로맨스 물이지만 여자들이 꿈꾸는 단순한 신데렐라식의 이야기가 아니다. 이건 뭐라고 할까, 가난을 털어버리기 힘든 서민과 아버지 그늘에서 결코 벗어날 수 없는 재벌 2세의 상황을 현실적으로 그려낸 상당히 씁쓸함이 담긴 신데렐라 물이라 할 수 있다.

자신이 나고 자란 환경에서 벗어난다는 것이 얼마나 바늘구멍에서 낙타가 빠져나가는 식의 어려움인지를 현실에서처럼 그대로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서로 다른 환경에 처한 그들은 사랑을 통해 맺어진다는 결론으로 로맨스 물을 보는 시청자가 대부분 원하는 마무리를 만들어 냈다.

[학교2013]는 좀 더 현실적이다. 소재 자체가 현재 학교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라 그렇지만 에피소드 하나하나를 풀어가는 과정 또한 설득력이 있었다.

물론 여기서 장나라가 맡은 정인재 선생님은 현실에서 드물거나 없을지도 모르는 우리가 모두 꿈꾸고 바라는 선생님의 모습이다. 학생을 학생으로서 아끼는 정 선생을 통해 학생과 관계를 멀리하던 강 선생은 성장하고 철없고 이기적이기만 하던 아이들도 성장한다.

정 선생님을 통해 모두가 성장하는데 정작 가장 학교를 힘들게 하는 대상은 학부모들이다. 김민기 엄마만이 그나마 변화를 보일 뿐 학부모들은 학교에서 어쩌면 가장 무시하지 못할 권력을 휘두르는 존재로 어느 순간부터 변한 듯하다.

아이들의 인성을 바르게 하는 건 결국 학교에서만이 아니라 근본적으로 부모에게서라는 소리다. 그래서 결국 오정호는 학교를 떠난다. 아버지가 휘두르는 폭력 속에서도 나름 조금씩 정을 붙여 가던 학교를 오정호는 다친 아버지의 병원비를 벌어야 할 현실에 부닥쳐 학교를 떠날 수밖에 없다.

 강 선생은 그런 오정호를 어떻게든 책임지고 붙잡으려 하지만 오정호는 강 선생의 붙잡는 손을 떨쳐버린다. 선생님으로서의 책임감은 여기까지라는 거다. 선생님으로서 학생을 어디까지 책임져야 하는지 그 기준에 대한 물음이 이 마지막 일화에서 던져지는데 오정호는 나쁘게는 살지 않을 거라는 말로 그 물음에 답한다.

그나마 붙잡아 주는 선생님들 때문에 오정호는 엇나갈 수 있었던 인생을 바로 잡을 수 있게 된 것이다. 그리고 강 선생님과 정 선생님은 마지막까지 오정호가 학교에 돌아오기를 선생님으로서 기다린다.

[학교2013]이 좋았던 것은 주인공 한 사람만의 이야기가 아니라, 나오는 등장인물 모두가 나름의 사연을 가지고 각자의 주어진 처지를 대변했다는 거다. 학생은 학생으로서, 선생님은 선생님으로서, 학부모는 학부모로서 말이다.

한동안 푹 빠져서 보았던 [골든타임]이 의학계의 현실을 반영한 드라마였다면 [학교2013]은 학교의 현실을 그대로 반영한 드라마였다.

장르는 대중이 원하는 추세를 따라야 한다. 각박한 현실에서 부닥치는 어려움과 실패를 장르를 보면서까지 경험하고 싶어하지 않는다. 하지만 정해진 행복한 결말과 희망을 보여주기 위한 장르이기에 거기까지 가는 과정은 현실처럼 리얼해야 한다.

그래야 몰입감이 더해지고 그래야 나만의 낼 수 있는 색깔이 생겨나며 깊이감도 생겨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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